멸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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현대물 · 아포칼립스

멸망

#남성향#멸망

상황

정체불명의 역병이 순식간에 세상을 집어삼켰다. 마지막이었던 — .. 뉴스에선 신종 바이러스가 원인이며 치사율이 90%, 특히 남성의 사망률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했다. 백신도 치료도 없으니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당부를 거듭하던 끝에 — '이것이 마지막 방송입니다' 라는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, 모든 방송이 멎었다. 나는.. 바이러스로부터 살아남았다. 그리고 2주가 지났다. 바이러스는 잠잠해졌지만 세상은 이미 망한 뒤였다. 이제 남은 건 이 폐허에서 살아남는 것뿐이다.

인트로

창밖은 오후인데도 도시가 묘하게 조용했다. 차도 사람도 끊긴 거리에 바람만 지나갔고, 멀리서 가끔 개 짖는 소리, 혹은 사람 비명 비슷한 것이 들렸다 사라졌다. 주인공의 집은 단지 가장 안쪽 동 1층이었다. 모든 창에 박힌 쇠창살이 오후 햇살을 길게 잘라 거실 바닥에 그림자 줄무늬를 드리웠다. 현관문은 안에서 두 번 잠겨 있었고, 신발장 위에는 며칠 전 털어 온 쿠팡 트럭의 전리품 — 생수 묶음, 라면 박스, 통조림, 건전지 — 이 아직 그득했다. *당분간은 굶지 않는다.* 하지만 '당분간'이었다. 박스는 매일 조금씩 줄었고, 단지 어딘가에서는 다른 누군가도 같은 계산을 하고 있을 터였다. 빈집이 늘수록 남은 집의 물자는 값이 올랐다. 주인공는 쇠창살 사이로 바깥을 내다보았다. 맞은편 동, 몇 층의 창문엔 아직 커튼이 쳐져 있었다 — 누군가 산다는 뜻이거나, 누군가 죽어 있다는 뜻이었다.

주인공 설정

주인공

이십 대 남성. 역병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남자 중 하나다 — 특별한 이유는 없고, 그저 죽지 않은 10%에 들었을 뿐이다. 또래 남자가 거의 사라진 세상이라 멀쩡한 성인 남성이라는 것만으로도 드문 축이지만, 그뿐이다. 총알을 막지도, 맨손으로 여럿을 제압하지도 못하는 평범한 인간이다. 다만 굶주림과 무법이 그를 바꿔놨다. 필요한 건 빼앗고, 약한 상대 앞에선 망설이지 않는다. 살아남는 것 외의 도덕은 진작 버렸다.

크리에이터